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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이래로 이 곳은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옛 자료 참조 목적으로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사이트는 유지됩니다. ==
[ 과거 웹진 콘텐츠 전체 목차는 http://www.dugoboza.net/tt/index.php?pl=167 ]
[ '만화세계정복' PDF판 관련은 http://www.dugoboza.net/tt/index.php?pl=154 ]
안 궁금하니까 그만 접어요(클릭)
!@#...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지 몰라도, 여하튼 두고보자 개편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이 공지사항은 충분히 개편이 이루어질때까지, 당분간 맨 위에 남습니다.
1) 텍스트 창고: 2000년 여름부터 시작해서 2003년 대략 마비되기 까지의 각종 텍스트들은 물론, 필진들이 각각의 활동영역에서 생산해내는 여러 글과 기타 창작물들을 차곡차곡 쌓아 넣고자 합니다. 초판이 소진되고, 2판 제작 여부가 불투명한 오프라인 서적 "만화세계정복"의 전 텍스트도 물론 여기에 같이 공개하고자 합니다.
2) 정리 좀 하고 살자: 크게 기술적으로 '무겁지도' 않으면서, 난삽하기로 소문난 두고보자의 인터페이스. 원하는 내용이 어디 어떻게 들어가있는지 운영자도 헷갈리는 난해한 구조. 정리좀 하고 살기로 했습니다. 태터툴스를 기반으로 하는 검색 시스템, 일반 HTML로 간편하게 구현하는(즉, 수동) 친절한 테마별 인덱스 페이지 등을 이번 개편에서 차근차근 만들어 나갑니다.
3) 그래도 목록형 게시판이 좋다: 트랙백이고 뭐고 다 좋지만, 역시 한 곳에 모여서 열심히 논쟁하는 공간이 있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와 기타 1인미디어의 시대라 할지라도, 여튼 여전히 논쟁게시판을 굴리고, 20자평 게시판을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 두고보자가 일으킨 도발과 물의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될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관련글: http://www.dugoboza.net/tt/index.php?pl=5
... 이라고 2006년초에 공지한 바 있습니다. 2008년 현재는, 기회를 내서 좀 더 본격적으로 깔끔하게 유물 박물관화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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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신화에 심취한 셰익스피어 - 닐 게이먼의 만화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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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 07/06/29 07:49 capc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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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회로 끝난 초단명 칼럼(!)의 마지막회. 평론적 해석을 줄이고 거의 약력 위주로 설명해도 지면이 부족했다는;;; 하기야 바로 그런 것이 이 칼럼란을 정리하는 이유 중 하나겠지만. 칼럼 속성상, 최근 각광받는 소설가로서의 게이먼보다는 본업인 만화스토리 쪽의 게이먼을 다뤘다. 본래의 탈고버전 + Dreamlord님이 잡아주신 정보 오류수정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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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신화에 심취한 셰익스피어 - 닐 게이먼의 만화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집안의 반대로 어긋난 연인들이나 미쳐버린 왕, 복수에 목숨걸다가 결국 주연 인물들 몰살 같은 장중한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의 가장 멋진 본질이 드러나는 것은 상상력 넘치는 환타지 작품 『한여름밤의 꿈』이다. 신화속의 요정들이 인간 세상과 위화감 없이 상호작용하며, 평범한 일상은 기이한 현상으로 가득해진다. 당대 현실의 인간사와 신화적 상상력의 연결, 그것을 통해서 꿈과 현실, 욕망과 허망함을 넘나드는 한바탕 소란을 벌이는 이야기.
그런데 만약 그런 이야기 만들기와 정서를 현대의 작가가 이에 맞먹는 완성도로 구사한다면 어떨까. 최근에는 환타지 소설가로도 명망을 떨치는 영국 출신 만화스토리 작가 닐 게이먼Neil Gaiman의 작품들이 바로 그렇다. 그의 작품들에는 셰익스피어적인 화려하고 섬세한 대사가 넘치며, 신화적 원형들이 현대 인간사에 대한 거울 역할을 하며 촘촘히 배치된다. 덕분에 그가 주도한 작품들은 문학적 완성도와 대중적 인기를 동시에 거머쥐곤 해서, 그는 만화 『샌드맨 Sandman』연작의 성공과 최근작 베스트셀러 소설 『아난시 보이즈 Anansi Boys』까지 축적된 명성을 기반으로 현재 영미권 문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환타지 작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CS루이스나 톨킨, 르귄 등 정통파 환타지 작가들의 진한 영향을 보이며, 그 위에 DC코믹스 류의 현대 슈퍼히어로의 장르법칙들을 녹여넣고 또 비틀어 나가며 심오한 고민까지 풀어나가는 솜씨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less..
게이먼은 작가로 데뷔하기 전, 먼저 글솜씨를 키우기 위하여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일을 하며 자신의 장르적 취향에 충실하게도 『패닉금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공식 가이드』같은 책을 썼다. 그러다가 영미권 만화계의 거장 스토리 작가 앨런무어의 소개로 영국의 청년 대상 SF만화잡지 AD2000 등에서 만화스토리를 쓰며 만화의 장르법칙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의 환타지 세계관을 가장 전위적으로 화면에 옮겨낼 줄 아는 그림작가 데이브 맥킨을 만나서 단순한 장르물을 탈피하는 시도를 한다. 결국 둘은『폭력적 사건들 Violent Cases』 등으로 그 능력을 잔뜩 발휘했는데, 이것이 미국 DC코믹스사의 눈에 들어와서 당시 아티스틱한 표현력의 슈퍼 히어로물을 필요로 하던 이 회사에서 『블랙 오키드 Black Orchid』- 국내에서는 '흑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 라는 작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죽음, 부활과 번식, 자연의 힘 같은 노골적으로 묵직한 테마들이 배트맨, 스왐프씽 등이 까메오 출연하는 DC 슈퍼히어로물의 세계에서 불온하게 펼쳐지는 이 작품의 반향은 게이먼에게 새로운 진로를 열어주었다. 그리고 1988년, 그의 재능을 집대성한 대표작 『샌드맨』 연작이 이곳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물론, 데이브 맥킨과는 이후로도 샌드맨 시리즈의 표지작업, 『시그널 투 노이즈 Signal to Noise』, 환상 동화책 시리즈 등 최고의 콤비를 유지하고 있다).
『샌드맨』 연작에서, 닐 게이먼은 셰익스피어적 유려함과 장르만화를 통해 구현된 현대 신화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었다. 샌드맨 연작의 핵심 테마는 바로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의 상상력이 상징적으로 구현되는 영역인 ‘꿈’이다. 샌드맨의 주인공은 바로 꿈의 현신이다. 때로는 모르페우스라는 이름의 신으로 호칭되며, 때로는 그저 꿈의 제왕(Dreamlord) 혹은 그저 드림으로 불리운다. 하지만 그는 신이나 고대영웅이 아니라, 인격화된 하나의 영원한 ‘개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의 중심에는 영원한 개념의 현신인 일곱 남매가 나오는데, 그들이 바로 운명(Destiny), 죽음(Death), 꿈(Dream), 파괴(Destruction), 욕망(Desire), 절망(Despair), 분열(Delirium)이다. 우주의 존재는 운명에 기반하고, 운명은 죽음으로 귀결되며, 죽음을 앞두기에 존재는 꿈을 꾸며, 꿈과 현실이 있는 세상은 파괴를 낳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욕망을 품고, 욕망이 충족되지 않기에 절망을 한다. 원래 막내는 한때는 환희(Delight)였으나, 세상이 험난해지면서 언젠가 분열로 바뀌었다. 이들 일곱의 영원(The Endless)은 우주의 모든 삶을 관장하는 법칙이자 근원이다. 그런데 그 중 가장 많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야기의 영역, 즉 꿈을 관장하는 드림로드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럽전설에서 아이들이 잠이 들도록 눈에 모래를 불어주고 간다는 상상의 존재인 샌드맨이 작품의 제목인 것은 이런 연유인 셈이다. 샌드맨의 세계에서는 요정들의 왕국, 기독교적 지옥과 천국, 슈퍼히어로의 세계, 인간들의 험난한 세상, 북구신화와 아프리카 토테미즘까지 전 세계 전 시대의 모든 이야기들이 모두 긍정된다. 그리고 드림로드가 관장하는 꿈의 세계는 이런 세계들을 위화감 없이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품에는 여러 시대의 수많은 이야기꾼들이 꿈의 세계에서 드림로드와 조우한다. 셰익스피어? 물론이다. 셰익스피어가 꿈의 힘을 빌어서 완성한 ‘한여름밤의 꿈’을 공연하는데 진짜 요정계의 왕과 주민들이 관람하고 파크가 연극에 개입하여 미묘하게 소동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단편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1991년 세계 환타지 대상 단편 부문 수상)
신화와 상상의 자유로운 혼합을 즐기는 게이먼식 세계관은 특히 샌드맨 연작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인 『안개의 계절 Season of Mists』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 지옥의 제왕 루시퍼는 자신에게 창피를 주었던 드림로드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서, 무려 자기 날개를 뜯어버린 후 지옥을 폐쇄해버리고 그 열쇠를 그에게 넘겨버린다. 그러자 지옥의 지배권을 얻기 위해 세계 각지 신화의 존재들이 꿈의 왕국에 모여든다. 이집트 신화의 신들, 오딘과 그 아들들, 요정왕국의 오베론 왕, 카오스와 코스모스... 그리고 기독교의 천사들도 혼란을 막기 위해 경합에 참가한다. 그렇다면 그 후 루시퍼는 뭐하냐고? 인간 세상의 해변가에서 멋지게 누워서 석양을 즐긴다. 그 후 다른 작품에서는 고급 클럽에서 피아니스트를 하며 스타일리쉬한 삶을 산다. 독자들이여, 어느 클럽에서 피아니스트가 너무나 천재적으로 유혹적인 멜로디를 뽑아내면 그가 새벽별의 상징이자 한때 지옥의 제왕이었던 이가 아닌지 의심해보기를.
무려 드림로드의 죽음을(!) 다루는 철학적인 결말로 1996년에 마무리된 샌드맨 연작의 성공은 이후 수많은 스핀오프 시리즈는 물론, DC의 작가주의 성인취향 출판 라인인 ‘버티고 Vertigo’를 탄생시켰다. 이외에도 닐 게이먼판 해리포터(라고는 해도 89년에 시작했으니 훨씬 전에 쓰여진)라고 볼 수 있는 『마법의 책들 Books of Magic』 시리즈나, 조만간 영화로 개봉 예정인 삽화 소설 『스타더스트 Stardust』(찰스 베스 Charles Vess 그림) 역시 현실세계와 신화세계의 교차를 그려내며 온갖 신화와 민담의 장르법칙들을 교묘하게 섞어 넣고 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작으로 스파이더맨부터 엑스멘까지 마블사의 주요 슈퍼히어로들을 모조리 영국 식민지시대 미국을 배경으로 그려내는 『1602』에서는 현대의 영웅 신화인 슈퍼히어로물을 중세적 가치관과 근대적 가치관이 혼합된 시대의 틀로 재해석한다. 물론 그런 깊은 의미와는 별개로, 그 ‘쿨한’ 발상이 팬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큰 히트를 친 것은 물론이다.
상상과 현실, 신화와 생활이 만나는 곳에서 환타지의 가치는 피어오른다. 고대신화와 세익스피어와 팝컬쳐의 변종인 게이먼의 현대적 신화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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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판타스틱>. 페이퍼컴퍼니 발간. 대중 장르문화, 특히 SF판타지의 범주에서 만화를 소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칼럼. 주로 작품/작가/장르 소개 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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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 여행에 관한 잡설: 여행이 곧 최고의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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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 문화저널 '백도씨'에서 여름이라고 무려 여행 특집을 의뢰받았던 바 있다. 대중 문화 콘텐츠에 대한 지면인 만큼 그냥 여행지 가이드를 쓰고 넘기기에는 민망하고 (게다가 그런 것은 싸이나 네이버에 널리고 널렸다), 그렇다고 대중문화 속에 나타난 여행지가 어쩌느니 하는 식으로 약간 변형된 여행 가이드도 그다지 집필 자극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말이 되든 말든, 여행이라는 것 자체의 서사성을 한번 건드려보겠다고 선언. 여행을 떠나는 것이 바로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바로 여행을 떠나듯 하는 것. 즐김에 관한, 창작에 관한 작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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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잡설: 여행이 곧 최고의 이야기다
적당히 따듯해지면 종종 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고들 한다. 그러고 보면 여행이란 참 보편적인 오락/재충전 활동이다. 사실 아주 빡빡하게 보자면, 여행은 하나의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행위 가운데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경험을 일컫는다. 그런데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다들 여행을 인생에 비유하고, 여행의 즐거움을 논하며 설레인다는 말인가.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여행은 그 뼛속까지 서사성으로 가득한 것, 바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자칭 고급예술이든 대중서사문화든지 간에 여행을 소재로 다루는 것들이 차고 넘치는 것 역시, 이런 호환성에서 기인한다. 재미있는 여행은 곧 재미있는 이야기이며, 이야기적인 재미를 깨달을 때 비로소 재미있는 여행이 시작된다. 이것은 여행이 곧 이야기인 이유, 이야기의 재미를 즐기는 것에 대한 잡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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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의 이야기
하나의 서사문화 작품이라는 특수한 설정 속에서, 결국 이야기를 꾸려가는 것은 바로 캐릭터들이다. 아무리 배경설정이 중요한 대하스펙타클 판타지 작품을 표방한다 할지라도, 그 배경조차 결국은 캐릭터들의 관계와 행위 속에서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남, 헤어짐, 오해, 화해, 합심, 적대의 과정 속에서 캐릭터들은 성장한다. 그리고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들에게 하나의 경험을 선사해준다.
그런데 여행이라는 것은 거의 항상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행을 여행답게 해주는 것은 단지 동네의 풍광이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같이 가는 사람들, 여행의 도중에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여행의 목표지점에서 기다리고 있거나 여행의 출발지점에 남아있는 사람들, 혹은 하다못해 그 여행지를 매개로 해서 서로 어떤 느낌을 나누게 되는 수백 수천년 전 어느 문명의 주민들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즉 여행의 핵심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고,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 - 즉 하나의 공간에 뿌리박지 않고 다음 장소를 향해서 흘러간다는 것 - 속에서 맺어지는 비일상적 경험이다.
이렇듯 여행은 캐릭터들의 상호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훌륭한 이야기다. 여행과정 속에서 그 상호작용의 결과 어떤 이들은 성장하고, 어떤 이들은 파멸하고 만다. 하지만 그 누구도, 여행의 시작과 끝에서 완전히 똑같은 이는 없다. 여러 소년들이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시체를 찾아 여행길을 떠난다는 영화 ‘스탠바이미’ 같이 여행을 매개로 하는 성장드라마 작품을 보면 잘 나타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같이 여행이라는 비일상적 경험을 함으로써 캐릭터들의 관계는 새로운 맥락을 얻게 되고, 그 변화한 맥락에 어떻게 적응하거나 거부를 하는지에 따라서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 변화과정이 얼마나 극적인지, 또는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변함이 없기에 원래의 캐릭터 성격이 더욱 강화되는지가 관건이다. 현실속의 여행이든 그저 이야기든, 가장 재미있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 및 그 사람의 이전 이후 사이의 일들이다.
기승전결의 구조
현실 속의 여행이라 할지라도, 나중에 그 경험을 회상해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있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여행이란 출발이 있고 도착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파멸 이후 영원한 겨울의 설원을 달리는 유럽만화 ‘설국열차’처럼 언제 출발했는지를 기억 못할 수도 있고, 도착점이 너무나 상상외로 멀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여행은 근본적으로, 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행을 떠나는 시점의 각오와 불안함과 평온함 등 각종 기대, 여행 중 만나게 되는 어떤 뜻밖의 상황, 그 상황이 고조되어 생기는 위기 또는 행운, 그리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되어 맞게 되는 결과까지. 즉 전형적인 기승전결이 작은 차원, 큰 차원에서 이어지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가장 큰 차원에서는 출발이 ‘기’, 도착이 ‘결’에 해당될 것이고, 작게 보자면 여행 중에 일어나는 여러 일화들이 각각의 기승전결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
여행이 곧 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 역시 이야기를 즐기듯 들길 때 가장 재미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대감을 즐기고, 고조되는 과정을 즐기며, 피크의 스릴을 느끼고, 결과의 해방감을 차례대로 즐긴다는 말이다. 그 와중에는 충격적인 반전이 있을 수도 있고, 평온한 흐름의 잔잔함을 느낄 수도 있다. 충격적 사건의 연속으로 점철된 여행을 다루는 만화 ‘북두신권’의 일방향 롤러코스터를 즐기는 것도, 여행 자체에서 별 일이 벌어지지 않기에 오히려 주인공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과 과거 경험들이 작은 에피소드들을 촘촘히 박아 넣는 만화 ‘아날로그맨’의 이야기 구성도 여행의 이야기적 매력을 십분 살려준다.
세계를 배워나가기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는, 그 공간과 관련된 생활의 패턴, 사람들 사이의 원칙, 그것에서 파생되는 사고방식들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공간이라면 또 다른 생활들, 사람들, 사고방식들이 또 다른 세계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여행이란, 그렇듯 ‘다른’ 세계관을 접하도록 하는 기회다. 앨리스는 토끼굴을 지나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자신이 살던 갑갑한 세상과는 다른 아주 싸이키델릭한 세계관을 잔뜩 접하게 된다. 철이는 미모의 여성과 함께 기차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며 기차역마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겪는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세계를 바탕으로 하는 성장이기에, 새로운 경험이 자기 세계의 붕괴가 아니라 보다 넓고 깊은 경험으로 다가오도록 한다. 이전의 것을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는 식이다.
그런데 이야기라는 것의 가장 큰 목표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자신이 처한 세계와는 다른 생각, 다른 규칙들을 접하면서 경험의 폭을 늘리는 것이다. 혹은 자신이 처해있는 세계라고 할지라도,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들을 발견해내도록 해야 이야기로서의 재미가 생긴다. 여행도 이것과 다를 바 없다.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여행한다고 할지라도, 새로운 세계,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해낼 때 비로소 여행은 재미있어진다. 그렇지 않다면 여행이 아니라 단순한 이동이 될 뿐이니까. 여행을 즐긴다는 것은 배움의 과정이고,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여행, 이야기, 즐김
두루뭉실 이상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이 잡설의 종착점은, 바로 여행을 갈 때 이야기처럼 즐기고,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나 소설 등을 볼 때 여행을 가듯 즐기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창작도 마찬가지다. 마치 독자들과 함께 여행을 하듯 준비를 하고 출발해서 뜻밖의 일들을 만나고 결국 완성/완결이라는 종착점으로 향해가는 것이다. 어떤 여행은 철저한 준비와 스트레이트한 진행이 미덕이고, 어떤 여행은 느슨하고 헐렁하게 가야 제 맛이다. 1주일에 유럽16개국을 돌아야 하는 여행, 20분 안에 20가지 시사상식 꼭지를 역사 문화적 맥락과 서사적 감동까지 넣어서 풀어나가야 하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빠지면 목표한 종착점에 제대로 도착할 수 없다. 거꾸로, 느긋하게 창밖을 내다보며 목적지 없이 가는 여행, 느슨하게 일상을 둘러보려는 일기체 웹툰에 철저한 준비를 한답시고 에너지를 소진하면 자연스러움의 미덕을 잃는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결국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과 호흡하며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좀 더 성장해 있는 것을 느낄 때 좋은 여행이 되어준다. 여행의 재미, 이야기 작품의 재미는 바로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이 서로 같이 여행한다는 것을 알고 나름의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갈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행도 서사문화 작품도, 결국 사람 겪어 나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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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몇 가지 작품들
- 죠죠의 기묘한 모험 3부 (만화) : 소중한 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기묘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 모험단이 더욱 기묘한 능력으로 이들을 방해하는 적들을 물리치며 일본에서 이집트까지 긴 여행을 떠난다. 국내 미소개지만, 90년대 이래 일본 소년만화 장르의 근간을 다진 금자탑 중 하나.
- 은하철도 999 (TV애니메이션) : 지구에서 사라진 개념들이 모이는 곳, 안드로메다에서 기계인간으로 개조수술을 받고 싶어 하는 소년 철이가 기차를 타고 긴 여행길을 떠난다. 청춘, 추억, 사랑, 인간성 등에 대한 철학적 화두로 가득한 성장물. 연인이자 어머니이자 여왕님이자 메이드의 상을 지니고 있는 미녀 동반자도 있고.
- 스탠드 바이 미 (영화): 어딘가에 있다는 누군가의 시체를 구경하겠다는 일념으로 길을 나선, 동네 소년들의 여정. 실제로는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와 시간이지만, 어느덧 인생의 의미 가운데 90%는 다 깨달아버리는 소년들의 초고속 성숙기. 요절미소년 리버 피닉스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
- 아날로그맨 (만화) : 폐 끼치지 않지만 여하튼 부적응 인생들, 기차로 누군가를 찾아나서는 여행을 떠난 아날로그적 사고를 고수하는 주인공의 시선 속에서 작품이 되었다. 대단할 것 없지만 각자 방식대로 살아나가는, 사람의 냄새가 물씬한 이야기들.
- 신곡 (소설) : 천국, 연옥, 지옥을 층층이 다 훑어내는 궁극의 이세계 모험소설. 작가의 자화상인 단테가 펼치는 유람 견문록. 다큐멘터리적 진행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인과응보에 대한 깨달음으로 한층 성장한 주인공 캐릭터의 모습에 아마 독자들도 만족을 느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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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 07/06/29 07:46 capc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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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인지 공식홈의 목차에서조차 누락되어있지만(-_-;), 팝툰 8호에 실린 뫼비우스 특집글 중 capcold가 쓴 부분. 그러고보니 capcold의 경우, 뫼비우스의 '잉칼'을 99년에 한국어 출간한 교보문고 출판부의 '그래픽 노블' 라인에 웹제작자 겸 조언자로 참여했던 바 있다. 도대체 이놈의 인연이란; 어차피 위키피디아에만 가도 다 있는 약력 중심의 소개만 난무하는 게 싫어서, 아예 이렇게 '작가론'을 써버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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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 무한의 공간 속을 날다
거장이라는 칭호는 한편으로는 경외감을, 한편으로는 회의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특히 후자의 이유는 보통, 거장이라는 타이틀은 알려졌지만 정작 왜 거장으로 간주되는지 당대의 맥락 속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경우에 발생하기 마련이다. 세계 만화계에서 그 뛰어난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별다른 이견 없이 거장으로 꼽히는 프랑스 만화가 뫼비우스를 한국에서 접하는 것도 사실 그런 면이 없지 않다. 이번 시카프 축제에 초청되어 한국 땅을 밟기까지 했지만, 고작(?) 소설 ‘나무’의 삽화라든지 타임마스터나 에이리언의 세트 디자인 정도 밖에 키워드를 꺼내오지 못한다면 솔직히 쉽게 과소평가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본직이 만화가이건만, 정작 만화 이야기가 턱없이 부족하면 더욱 곤란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회에 왜 뫼비우스가 세계적 거장으로 평가받는 것인지, 뫼비우스 만화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인지 한번 간단히 몇 가지 키워드로 짚어볼까 한다. 무한의 공간 속을 날아다니는 아이러니컬한 구도자, 뫼비우스의 이상한 세계에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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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유로 SF.
뫼비우스가 뫼비우스로 불리우기 전, ‘장 지로’라는 극화체 만화가가 있었다. 그는 본명으로, 활극의 재미도 재미지만 묘하게 사색적인 측면이 있는 서부극화 ‘블루베리’ 시리즈로 데뷔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프랑스 만화의 패기 있는 작가들 사이에서는 고급 성인 만화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고 있던 때였고, 특히 로버트 크럼으로 대표되는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장 지로 역시 예외가 아니었는데, 자유로운 표현과 거친 상상력, 아이러니 등에 심취하며 점차 의식의 흐름이라든지 새로운 상상력까지 도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주류 활극모험물의 히트 작가로서의 자신과 분리된, 만화적 상상력의 극단을 가기로 결심한 뫼비우스라는 작가가 탄생했다. 이러한 이중생활 속에서, 뫼비우스는 몇몇 동료 작가들과 함께 결국 ‘메탈 위를랑’이라는 작가주의 성향의 성인 만화 잡지를 창간하여, 청소년 활극모험물이나 성인 풍자카툰이 주류였던 70년대의 유럽 만화계에 성인용 고급 SF환타지의 붐을 일으켰다. 당시 이미 활동 중이던 메지에르나 드뤼예 등 장르의 주요 작가들의 결집은 물론, 엥키 빌랄 등 이후에 이 계통의 대표적인 작가주의 작가로 남게 된 신인들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뫼비우스는 익룡을 타고 다니는 모험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무언만화 ‘아르작’ 시리즈 등, 특유의 고전 SF적인 이세계 모험극을 바탕으로 시각적 상상력의 확장에 중점을 두어 연이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러한 유로환타지 만화 장르는 이 잡지의 미국판인 ‘헤비메탈’로 확산되어 80년대 미국 장르문화계의 상상력에 불을 붙여주었는데, 특히 뫼비우스의 작품들은 환타지물은 물론이거니와 사이버펑크 장르에까지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키워드: 공간의 마법.
뫼비우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탁월한 시각 스타일이다. 그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라면 바로 공간의 상상력이다. 기이한 조형들이 무한히 깊은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배치되는 구도다. 단지 넓은 세계가 아니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한에 가까운 듯한 깊이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그리고 구도의 복합성을 위해서 정작 각각의 선은 명료함을 추구하여 만화 장면으로서의 재미를 잃지 않는다(주름과 잔선을 훨씬 많이 쓰는 극화체의 ‘장 지로’와 정반대의 접근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거대한 입체적 공간과 그 속에 들어있는 주인공들의 존재가 한없이 대비되며, 공간 자체의 신비감은 극대화된다. 그 깊은 공간을 빌딩의 숲으로 꽉 채워 넣은 ‘락 시티’ 연작이나 기념비적 단편 ‘기나긴 내일’의 도시 묘사는 어떤가. 마치 빌딩과 연결 다리들과 날아다니는 자동차 속에 삼켜져버린 듯한 기하학적 공간과, 그 속을 돌아다니는 혼합 국적 패션의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미래 공간이다. 이것은 80년대에 만들어진 도시 배경 SF작품들의 시각적 상상력의 모태가 되어, 영화 ‘블레이드런너’의 LA는 물론 소설 ‘뉴로맨서’의 도시 묘사, 나아가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 까지도 계보가 이어졌다가 뫼비우스식 도시를 가장 충실하게 재현한 영화 ‘제5원소’에서 피크를 이루었다. 혹은 그와 반대로 광활한 빈 공간 역시 큰 장기다. ‘아르작’ 시리즈의 사막이라든지, ‘밀폐 차고’ 연작의 이차원 우주의 묘사는 영화 ‘트론’의 인공적 거대공간이나 ‘어비스’의 해저세계로 이어지며 그 족적을 뚜렷하게 남겨주었다. 물론 공간 자체가 상징을 지니고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특정 이야기의 세계관이 구도 속에 표현되는 것도 백미다. ‘잉칼’에서 거대 거미 모양의 기계가 한 페이지 가득 매달려 있는 장면은 그 시각적 쾌감만으로도 탄성을 낳는다.
키워드: 비행.
뫼비우스 작품 속 핵심 모티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비행이다. 정확히는, 비행기로 날아다닌다기보다, 자유 낙하나 부유에 가까운 비행이다. 빠른 이동이 아니라, 공중에 떠있는 상태 그 자체에 대한 아름다운 집착인 셈이다. 이 요소를 가장 충실하게 계승한 아티스트 중 하나가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인데, 디자인 요소나 공간묘사 방식까지도 큰 영향을 받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 특히 뚜렷하게 드러난다. ‘잉칼’의 앞 부분에서 주인공 존 디풀이 높은 빌딩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한없이 소실점으로 들어가도록 묘사한 장면은 특히 그의 비행 모티브를 잘 보여준다. 사실 비행이라는 것 자체가, 중력이라는 가장 현실세계적인 법칙으로부터 벗어난 이세계적 해방감의 근원이다. 이것은 그의 공간묘사와 결합될 때, 거대한 공간과 작은 개인, 인간과 인간을 뛰어넘는 무엇으로 변신하는 과정에 대한 명료한 상징이 되어준다(비행과 함께, 신체가 기이한 형상으로 변신하는 것 역시 뫼비우스가 즐겨 사용하는 모티브다). 가장 만화적인 상상력 - 만화 특유의 자유로운 시각표현을 극대화하여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면에서 -의 해방감을 맛보여주는 재미는 뫼비우스가 데뷔한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따라갈 이가 많지 않다.
키워드: 신비주의 철학과 아이러니.
메탈 위를랑의 설립자나 시각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영향력 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뫼비우스는 당대에 혁신적으로 받아들여질 요소들이 넘쳤다. 특히 동양사상적 요소들을 반영한 듯한 반복, 순환, 재생, 해탈의 세계관이 그렇다. 여기에는 뫼비우스 본인의 성향은 물론, 오랜 파트너인 스토리작가 겸 영화감독 조도로프스키의 영향도 크다. 아예 내놓고 불교적 해탈을 SF환타지의 틀로 이야기하는 무언만화 ‘사막의 40일’이라든지, 비행과 추락,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는 초창기의 수많은 단편들을 보면 명확하다. 나아가 세계의 기본 물질이라든지, 타로카드라든지 하는 신비주의적 상징체도 애용해서 세계의 근원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역시 선구자 격이다. 이런 내용적 측면들은 뫼비우스 특유의 시각 스타일과 어우러져서 신비한 느낌을 극대화하며 멋진 독서경험을 준다.
신비주의가 뫼비우스 만화 내용의 근원이라면,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바로 아이러니다. 풍자와 아이러니는 유럽 성인만화 작가들의 핏속에 흐르는 적혈구나 다름없는데, 뫼비우스의 작품들 역시 각종 아이러니가 넘쳐흐른다. 죽어라 노력하기보다 우연한 해결로 모험들이 해결되는가 하면, 죽음과 삶, 파괴와 재생의 순환이 전혀 의도와 다르게 일어나기 일쑤다. 그 예측 불허함이 매력이고, 그렇기에 신비주의적 세계관이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 들어간 일러스트들을 보면 잘 나타나 있기도 하지만, 뫼비우스 만화의 집대성이라도 할 수 있는 80년대 초 작품 ‘잉칼’에서 특히 모든 것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비록 활극으로서의 재미는 현대 일본만화의 문법에만 익숙한 젊은 독자들에게는 대단히 낯설 수 밖에 없겠지만, 꽉 찬 구성과 특유의 유머감각은 우려낼수록 깊은 재미를 준다.
여차저차 이야기를 꺼냈지만, 결국 뫼비우스가 거장인 이유는 단순하다. SF환타지라는 장르에서 한 시대의 상상력을 온전히 창조해냈고, 그것은 다양한 줄기와 열매를 파생시킬 정도로 근원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은 당시의 뫼비우스보다 더 연출력이 좋다거나(솔직히, 뫼비우스는 만화의 극적 연출력이 훌륭한 타입의 작가는 아니다) 캐릭터 묘사 필력이 더 좋은 엥키 빌랄 같은 후배작가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로서 거장, 작품으로서 고전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필요한 근원성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뫼비우스의 최근작들이 보여주는 과유불급의 컴퓨터 채색 기법이나 자기 반복 성향은 다소 아쉽지만, 오래오래 더 살아서 계속 뫼비우스 특유의 광활한 상상력을 펼쳐주기를 희망할 따름이다.
PS. 여기서부터는 투고글과는 별개의 보너스.
* 뫼비우스가 걸어온 길이라면 이곳에서:
익스트림무비에 실린 글... 씨카프 보도자료보다 3배 훌륭한 설명. 클릭. (한국어)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 capcold가 아는 한도 내에서, 한국에 뫼비우스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최초의 칼럼. 클릭. (한국어)
서지정보사항으로 연결되어 있는 작품 연보. 프랑스의 만화도서검색 사이트. 클릭. (불어)
* 관련 이미지는 moebius를 넣고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하면 차고 넘치니까 생략. 게다가 원래 capcold.net 은 이미지에 인색한 곳.
* 덤:
만들어질뻔 하다가 여차저차 안만들어진 잉칼 애니메이션판 데모 영상 (+ 약간의 아르작). 만약 만들어졌더라면 세계 애니 역사의 컬트 걸작으로 남았으리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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